몇 년 간 계속해서 세법개정안에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가업상속공제” 및 “가업승계 증여특례”와 관련한 내용이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도 어김없이 가업상속공제 규정과 관련한 개정안 내용이 포함이 되었다. 가업상속공제 등에 대한 세법 개정 내용을 쭉 살펴보면,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쪽으로 기본적인 방향이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기사에서도 가업상속공제의 요건 완화에 따라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바뀌고 있나?
2022년부터 진행된 세법 개정을 통해, 가업상속공제에 관한 요건 완화가 대거 이뤄졌다.
① 적용대상이 매출액 5천억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완화
② 가업영위기간에 따른 공제한도도 300억~600억으로 상향
③ 피상속인의 지분요건도 지분율 40% 이상으로 완화
④ 사후관리기간도 기존 7년에서 5년으로 완화
⑤ 사후관리요건 중 업종변경의 범위와 고용유지의무, 자산유지의무 등도 기존보다 완화
그에 맞춰, 조세특례제한법상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규정도 그 요건과 공제한도, 증여재산가액에서 공제하는 공제액과 세율구간, 사후관리기간 등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함께 개정이 되었다. 이러한 내용만 보면, 가업승계 이슈가 있으신 대표님과 그 가족분들께서는 굳이 지금 세금을 내면서 주식을 미리 이전할 필요 없이 나중에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면 되겠다고 편하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부터 설명드릴 내용을 사전에 체크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가업상속공제만 기다리고 있으셨다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업승계의 이슈가 있는 대표님이시라면 오늘 내용을 꼭 체크해 보시기 바란다.
“양도소득세 필요경비 계산 특례”와 관련한 내용
소득세법 제97조의2 제4항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가 적용된 자산의 양도차익을 계산할 때, 해당 자산의 취득가액은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자산을 상속인이 양도하게 될 경우, 피상속인의 보유기간 동안의 자본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과세하지 않게 되면 과세 형평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특례규정이라고 보시면 되겠다.
구체적인 사례로 살펴본다.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을 계산하는 방식은 좀 더 복잡하지만, 개념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활용하는 것이니 최대한 단순화하여 설명하겠다. 최초로 피상속인이 해당 주식을 10억원에 취득했다고 가정해보겠다. 해당 피상속인의 보유 주식은 상속개시 당시 시가가 100억원 이었고,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여 100억원 전액에 대해 공제를 받았다고 가정해보겠다. 실제로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률이 100%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편의상 그렇게 가정 해보겠다. 사후관리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상속인이 해당 주식 전부를 제3자에게 시가로 처분하려고 하는데, 처분 당시 시가는 2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 이 경우, 해당 주식의 양도차익은 양도가액 200억에서 상속당시 가액인 100억을 뺀 100억이 아니라, 특례규정에 따라 양도가액 200억에서 피상속인의 취득가액인 10억을 뺀 190억이 되는 것이다. 양도소득세율을 3억 초과분에 대해 27.5%(지방세 포함)를 적용해보면, 특례 적용 전에 비해 약 25억원 가량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결과가 된다.
현 시점에서는 가업상속공제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함으로써, 가업승계에 있어 발생하는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도 있게 되겠다. 하지만 그 다음 세대로도 가업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보장은 지금 시점에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자녀가 회사를 물려받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고, 그 외 다른 이유들로 인해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기간을 잘 지켜냈다 하더라도, 그 이후 회사 매각 등으로 보유 주식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하게 되는 경우에 엄청난 양도세 부담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있으셔야 한다.
“의제배당의 과세이슈”
첫 번째 이슈처럼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이후 해당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지만, 사후관리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보유 주식을 소각하거나 회사가 청산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주가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소각하거나 청산으로 인해 잔여재산을 분배받게 되면, 소각대금 또는 잔여재산분배액에서 해당 주식의 취득가액을 차감한 가액을 의제배당으로 보아, 해당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과세하게 된다.
여기서 의제배당금액을 계산할 때, 소각대금 또는 잔여재산분액금액에서 차감하는 ‘주식의 취득가액’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해 진다. 이와 관련하여, “양도소득세 필요경비 계산 특례” 규정처럼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고, 명확한 유권해석도 아직은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해당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소각을 해버리면 세금을 많이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도세에서 특례규정을 두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은 자산에 대해 과세하려는 취지로 볼 때, 의제배당에 있어서도 취득가액 적용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가업승계 이후에 회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청산하는 경우라면 분배받은 재산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의제배당액도 나오지 않겠지만, 이러한 케이스까지 고려해서 가업승계 및 사후관리를 설계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의 필요성
오늘 소개해드린 내용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이것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정확히 말하면 세금감면이 아닌 “과세이연”에 가깝다는 사실을 인지하셔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업승계와 가업상속공제의 활용도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만 믿고 있다가 나중에 내야 할 세금이 굉장히 커질 수도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가업상속공제 플랜과 더불어 미리미리 주식을 이전하기 위한 플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상속이 개시될 시점이 가까워져 당장 가업상속공제를 준비해야 할 상황인 회사뿐만 아니라, 당장은 상속을 고민할 단계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전에 회사 주식을 가족들로 어떻게 이전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인 자녀가 아닌 그 외 자녀 또는 손자녀로의 이전방안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고민해보고 설계해보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수 있겠다.
가업승계를 러프하게 나마 계획 중이신 대표님이시라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와 오너일가의 세부담 최소화를 위한 전략을 고민해 보시길 권한다. |